BOB 수료 후기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약 8개월간의 BOB가 끝이났다. 8개월이란 시간이 짧은 시간일 수 있지만 하루하루 밤새며 과제하고 프로젝트 진행하느라 굉장히 길게 느껴진 시간이었던 거 같다. 결과적으론 좋은 사람들을 많이 사귀고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당연한 말이긴 하지만 BOB는 CS 지식을 많이 알고 갈수록 배우는 게 더 많은 거 같다. 멘토님들의 수업에서 하나를 알려줘도 열을 아는 사람들이 있는 데 반해 나처럼 하나를 이해하기 위해 꾸역꾸역 따라가는 사람도 있으니까.. 이런 탓에 비교적 어린 나이에 합격하고 수료를 했지만 좀 더 공부하고 지원해 보면 어땠을까란 이기적인 생각을 해본다^^ (어리지만 잘하는 친구들도 너무 많았기 때문에 공부 안 한 내 탓!)
6월 말쯤 BOB 합격 문자를 받고 얼마 안 되어서 강남역 1번 출구에 있는 미림타워로 출근 해야 했다. 다행히 같이 합격한 동아리 선배가 있어서 서로 의지하며 BOB 생활을 시작했다. BOB에 합격하면 월급과 노트북을 주고 지낼 수 있는 기숙사도 제공해준다. 지원받은 기숙사는 숭실대 기숙사였는데 방학 기간이라 빈 방이 많아서 지원해 주는 거 같았다. 내가 배정받은 방은 1층에 있었고 외국인들이 주로 살고 있는 층이었다. 문화가 다른건지 더워서 그런건진 몰라도 외국인들 대부분은 기숙사 문을 열고 사는 게 인상 깊었고 태어나서 맡아보지 못한 냄새를 경험해 인상 깊기도 했다. 기숙사 내부는 2인 1실 구조를 가진 평범한 방이긴 했는데 1층이라 그런지 층고가 높았다. 기숙사 건물에 편의점이랑 맘스터치가 있어 밥이 맛이 없을 때 자주 애용했다. 주말에는 가~끔 숭실대 캠퍼스를 산책하기도 했는데 오르막 길이 심해서 자주 하진 않았다. 나중에는 포켓몬go가 유행이었어서 포켓몬 잡으러 캠퍼스를 누비며 돌아다니기도 했다. 기숙사 생활은 오르막 길만 빼면 다 만족했다.
BOB 생활 처음에는 수업받게 될 BOB 센터도 구경 하고 같이 합격한 분들과 얘기도 나누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다. 강남역 1번 출구 쪽엔 재수 학원이 많아서 싸고 맛있는 밥집이 많았는데 딸부자네 불백을 많이 애용했다. BOB 최고의 맛집이라 생각한다. 그땐 매일 일어나는 새로운 일들을 겪으며 들뜬 마음과 함께 열정 만땅 그 자체였던 거 같다. 집체 교육을 받기 전까지. 집체 교육을 받으면서 멘토님들 수업 하나를 들을 때마다 과제가 하나씩 생겼다. 내가 아는 분야의 과제도 있었지만 모르는 분야의 과제도 많았다. 카페인과 함께 밤새 과제를 했지만 다 못하고 제출하기도 했다. 눈 떠 있는 동안은 노트북 앞에서 지냈다. 그래도 무사히 진도를 잘 따라갔고 얻은 게 많은 시기였던거 같다. 집체 교육을 받으면서 느낀 점은 나이를 불문하고 능력자가 너무 많다는 점이었다. 컴퓨터 분야는 다른 공학 분야와는 다르게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보니 알고 있는 지식에 대한 격차가 많이 큰 거 같다. 완전 애기 때부터 보안에 관심을 가져서 이미 호날두, 메시 처럼 날아다니는 수준의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대학교 4학년 CS 전공을 졸업해도 모를 만한 지식을 이미 어린 나이에 알고 있는 친구들도 많고 멘토님들에 준하는 실력을 가진 분들도 많았다. 능력자들을 보면서 나는 잘하고 있는 건지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도 했지만, 친하게 지내는 선배들과 으쌰으쌰하며 잘 극복해낸거 같다.
집체 교육이 끝나고 9월 대학교 개강 시기에는 기숙사 지원도 끊기기 때문에 원룸을 구해야 했는데, 강남역 1번 출구 쪽 원룸을 알아봤다. 월세가 비쌌지만 당시 BOB에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방을 구해서 공부하면 프로젝트 결과가 좋다는 앞 기수 BOB 선배의 말을 듣고 친한 선배 2명과 함께 살기로 했다. 원룸이긴 했지만 잠만 자고 씻는 용도였기 때문에 좁아도 괜찮았다. 강남역 1번 출구 쪽 크레신타워란 원룸이었는데 BOB 기간동안 가장 재밌게 지냈던 거 같다. 선배들과 매일 밤새서 게임하고 야식 먹으며 투닥투닥 지냈고 가끔 강남역 핫플인 10번 출구에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슬리퍼 끌며 삼겹살 먹으러 자주 갔었다(강남역 무궁화생고기 최고). 셋 다 눈뜨면 컴퓨터 앞에 앉아 살면서 야식도 매일 먹고 밤낮을 바꿔 살다 보니 포동포동한 아기 돼지 삼형제가 되어버려 지금까지도 살이 안 빠지고 있다.
집체 교육 후에는 BOB 메인 과정인 프로젝트를 진행하여야 했다. 프로젝트 기간부터는 수업도 줄어들기 때문에 BOB 센터가 한산했다. 프로젝트는 4~6명이 모여서 주제를 정해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했고 내가 했던 프로젝트는 닌텐도 에뮬레이터 취약점분석 프로젝트였다. 시스템에 대한 이해와 분석이 어려웠고 공부해야 할 것도 많았지만 다행히 똑똑하고 친절한 멘토님, 팀원들을 만나 무사히 잘 마무리한 거 같다. 프로젝트 멤버로 마지막에 합류하게 되어서 잘해야겠다는 부담감 때문에 스트레스가 있어서 선배들한테 가끔 꼬장부리기도 했지만 잘 받아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은 BOB 센터로 출근하기보단 프로젝트 같이 하는 동생과 강남역 엔젤리너스로 자주 출근했다. 엔젤리너스는 1~2층에 있어 자리가 많았고 24시간 운영이기도 해서 오후에 일어나 카페로 간 뒤 새벽까지 프로젝트 하다가 퇴근하곤 했다. 가끔 엔젤리너스 쇼파에서 새벽에 누워서 자기도 했었는데 알바생과 손님들이 신고 안한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쪽 엔젤리너스는 추억이 많아서 없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나 보다 심한 동생
프로젝트 기간 동안 결과물이 안 나와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멘토님과 팀원들의 노력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나와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히키코모리 생활 동안 살은 많이 쪘지만 배운 게 많아 정당한 Trade-Off라고 생각한다. 같이 동고동락한 선배들, 같이 고생한 프로젝트 팀원과 멘토님께 정말 감사하고 자주 연락하며 지내야겠다. 학교에 복학해서도 BOB에서 했던 만큼 공부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이젠 수업도 잘 가고 워게임 공부도 열심히 할 예정이다.
수료증